평영新 제조기 최규웅, 기량 급상승 이유…"수영 댄스 덕분이죠"
입력: 2010.03.20 10:30 / 수정: 2010.03.20 10:44


[정진이기자] 수 년 간 조용하던 한국 평영계를 들썩이게 한 선수가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한국 평영 신기록을 세번이나 경신하며 한국 수영계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한국 수영계의 새로운 유망주로 우뚝 선 그는 바로 최규웅(20,한국체대)이다. 불과 5개월 만에 기록을 1.5초 이상 단축하며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그에게 '한국의 기타지마'라는 수식어는 조금도 버겁지 않다.

그와 관련한 기사를 읽고 있으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전 그가 있다는 태릉 선수촌 수영장을 찾았다. 연습이 끝난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 한 적한 수영장에는 홀로 물살을 가르는 한 선수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가 바로 최규웅이었다. 공식 훈련이 끝났지만 인터뷰를 기다리는 잠깐동안에도 수영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봤다.

수영등록 첫날 상급반 간 영재소년, "하지만 4년동안 소년체전 예선탈락 쓴맛 봐"

최규웅은 7살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가족끼리 수영장으로 주말마다 자주 놀러갔었다"며 "엄마보다 더 깊은 곳에 가고 싶어서 수영을 배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최규웅은 수영장에 간 첫 날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 명씩 발차기를 시켜보셨는데 제가 하는 걸 보시고는 바로 상급코스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즐거운듯 그 때를 기억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발군의 실력으로 선수생활을 일찍이 시작했지만 그는 4학년 때까지는 이렇다할 성적조차 없었다. 이는 소년체전에 나가 선발전이나 예선에서 매번 탈락했던 탓. "그래도 5학년 때부턴 수영이 늘더라고요. 단체전 동메달도 땄고, 6학년때는 개인혼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웃음)"

'춤추는 기록제조기'별명, "기록 깨면 춤이라도 춘다던 어릴적 약속 지켰을 뿐"

지금은 '평영 1인자'지만 사실 최규웅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평영선수로 경기를 나가게 됐다. "개인혼영으로도 기록이 좋았지만 평영 랩타임이 더 좋은 걸 알고 평영으로 전환했죠." 그는 종목을 바꾼 그 해에 2관왕에 오르며 평영계의 기대주로 주목 급부상했다.

유망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부에 합류했지만 처음부터 그에게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23~24살에 최고 전성기를 달리는 것이 수영선수들의 보편적 특성이기 때문. 하지만 최규웅은 모두의 기대를 깨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그는 지난 2009년 8월 MBC배에서 100m 1분 02초 78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평영 신기록을 경신했다. 두 달 후 전국체전에서 1분 02초 17, 그리고 지난 12월에 있었던 동시아 대회에서 1분 01초로 연이어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최규웅은 몇 달 사이에 기록을 1초 78이나 줄이며 한국 수영계를 들썩인게 한 것 외에도 신기록 수립 세리머니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는 첫번째로 신기록을 경신한 8월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10월엔 에프엑스(FX)의 라차타를 춰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댄스 세리머니를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최규웅은 "어렸을 때 수영장에서 선수들이 무미건조하게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나라면 너무 좋아서 춤이라도 출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그 이유"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라차타 춤은 어떻게 추냐는 물음에 현장에서 주저없이 노래를 부르며 몸을 들썩이는 그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얼굴에서 없어지지 않는 수경자국, "선수라는 사실 매일 느낄 수 있어 좋아"

최규웅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얼굴에 있는 수경자국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수경을 벗은지 2시간 정도가 지났는데도 얼굴에 선명하게 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요? 초등학교 때부터 안 없어지더라고요. 피부과도 가보고 했는데요 선수생활 하는 동안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수경자국에 얽힌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미용실에 가면 꼭 들켜요. 머리카락이 많이 상해있으니까 왜그러냐고 한 번 묻고 그 다음에는 얼굴엔 왜 그러냐고 또 한 번 묻거든요. 그럼 결국 수영선수라고 밝힐 수 밖에 없더라고요."

사춘기 시절엔 적잖은 스트레스였을 것 같은데도 그는 수경자국 얘기를 하며 연신 웃었다. "저는 좋아요. 이게 있어서 제가 수영선수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 되거든요." 최규웅은 "오랫동안 이 자국이 없어지지 않게 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서른 넘어서 까지도 수영을 계속 하고싶다는 최규웅의 말을 들으며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지금은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 기록이 나쁘지는 않지만 시즌이 시작되야 알 것 같다"며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을 보였다.


그는 이어 "운동선수들의 목표는 다 똑같을 것 같다"면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앞으로의 꿈을 진지하게 말했다. 최규웅은 "수영선수가 최고 기량을 내는 나이가 23~24이라 하는데 그 때가 딱 올림픽 개최 시기"라며 "열심히 해서 인생 최고의 성적을 내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