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기획] '야구 메카' 잠실의 명암
입력: 2008.10.24 12:56 / 수정: 2008.10.24 16:47

[ 잠실=박정환·김현회 기자] 메카(Mecca).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에 위치한 연안 도시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어떤 분야의 중심'이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잠실 야구장은 후자에 해당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9번지가 주소인 잠실 구장은 1980년 4월 17일 공사에 돌입해 1982년 7월 15일 마무리됐다. 김재박(현 LG 트윈스 감독)과 한대화(현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추억되는 1982년 야구 월드컵의 개최지가 이 곳이다.

개장 후 LG(전 MBC 청룡)의 홈이 됐으며 1986년부터 두산 베어스(전 OB)와 동거를 시작했다. 두 구단의 집이기에 시즌 중이면 언제나 야구 팬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희로애락이 담긴 그 호흡은 올해까지 13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가을 축제로 불리는 포스트 시즌 때도 잠실 구장은 쉬지 않는다. 2007년 기준 한국 시리즈 통산 142경기 중 58회(40.8%)가 잠실 구장에서 열렸다. 전체 25회의 한국 시리즈 최종전 가운데는 64%. 16차례의 피날레가 잠실의 몫이었다.

신상호(34) 씨는 "역사적으로 잠실은 기타 구장을 압도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와 관련한 다른 생각 역시 공존하지만 잠실의 독점적 위치는 특별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초록빛 천연 잔디와 널찍한 외야는 보기만 해도 정화 효과를 준다.

장점은 더 있다. "잠실은 인천 문학 구장과 함께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인다. 중요 관람 요소 하나가 완벽한 셈이다. 목동 구장은 역과의 거리 차이가 상당해 힘들다." 야구 팬 장석준(26) 씨의 이야기다.

전국의 모든 구장을 순회하는 열혈 팬 권혁진(27) 씨는 "잠실은 편의 시설이 월등히 좋다. 음식을 준비 안 해도 먹을 거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정우(38) 씨는 "관람과 함께 모임 진행에 용이하다"며 대형 시설로서의 이점을 꼽았다.

반면 단점은 구장 상태다. 장석준 씨는 "내부가 낙후돼 있다"고 지적했고 신상호 씨는 "청결하지 않다. 상단 쪽에서는 아무나 담배를 태워 2층 복도만 오르면 연기가 자욱하다. 큰 경기라고 다를 바가 없다. 관리가 엉망이다"고 푸념했다.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있다. 장석준 씨는 "문학 구장의 경우 주차 요금이 무료지만 잠실은 주차 장소도 별로인데 4000원을 내야 한다"고 볼륨을 높였다. 이정우 씨는 "지정석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매진된 시합에서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23일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26일에는 포스트 시즌의 최정점 한국 시리즈가 닻을 올린다. 3∼5차전이 벌어지는 잠실 구장은 이번에도 산증인 역할을 맡는다. 역사는 깊어질수록 책임의 크기 또한 요구한다.

junghwan@tf.co.kr
<사진=더팩트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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